
운영시간
📍 장소 : 개나리미술관
⏰ 월-금 11:00-18:00
토-일 11:00-18:00
콘텐츠
✅ 홍현지의 그림 속에서 반려묘는 감상자와 숨바꼭질을 한다. 서랍 속, 창문 뒤, 침대 밑에 숨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고양이는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반면, 배경은 최대한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대비는 그림 속 고양이가 마치 2차원의 세계를 넘어 감상자가 있는 3차원 공간과 연결된 듯한 느낌을 부여한다.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작가는 캔버스에 유화를 그린 후 서랍이나 문틀과 같은 요소에, 털실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마치 튀어나온 듯한 효과를 연출한다. 회화와 뜨개질이 결합 된 그의‘털실 회화’는 캔버스의 네모난 틀을 벗어나거나, 폭신한 섬유 재료로 액자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점차 작가만의 확고한 스타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작업 초기에는 집 안 풍경 속에 숨어 있는 고양이가 주요한 소재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활용한 화면으로 전환되었으며, 점차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풍경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란 선을 그어놓은 듯한 창틀의 ‘안’과 ‘밖’ 사이에서 고양이는 여전히 숨어 있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경계를 살피는 하루의 큰 눈망울은 작가를 꼭 빼어 닮았다. 2차원의 평면과 3차원의 공간, 이상과 현실 사이에 놓인 청년 작가의 자화상이 작품 위로 오버랩 되는 것 같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화면 구성은 창틀 너머로만 바라볼 수 있는 단절된 현실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이상향을 암시하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작고 부드럽고 둥글둥글한 대상에 대한 보호본능과 애정을 느낀다. 작가에게 반려묘 하루를 그리는 행위 역시 단순한 창작을 넘어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이자 치유를 뜻한다. 반려묘와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따뜻한 순간과 훗날 다가올 이별의 감정을 담아내며, 감상자들 또한 각자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고 위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반려동물이 갖는 의미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ro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