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시간
📍 장소 : 오픈스페이스배
⏰ 화~일: 11:00~18:00
❗ 휴무: 월
콘텐츠
✅ 범과 추
호수가 보이는 옆길을 따라 차를 타고 간다. 창밖으로 풍경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 우리는 이야기를 나눈다.
“호수 밑에 정말 공룡이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 깊은 곳에,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존재가. 인간이 농락당했으면 해. 인간이 가장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짓밟고 싶어.”
“그럴 거면 UFO도 있어야지. 미 국방부가 UFO 영상을 공개했잖아. 음모론일까? 세계는 지금 어딘가로 향하고 있어. 너무 빠르게, 너무 급격하게. 마치 멸망을 향해 달리는 것처럼. 우리는 지구의 미래를 앞당겨 소비하고 있잖아. 이젠 믿을 수 없는 어떤 것이 등장해야 해. 그리고 우리는 알아야 해. 우리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우리가 믿어온 견고한 모든 것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나 자신조차도.”
터무니없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현실적인 요청은 오래된 의심이 마침내 어떤 실체로 등장하는 일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으며 설명조차 되지 않는 그 무형의 신호를 우리는 너무 쉽게 ‘믿음’이라 부른다. 믿음은 처음 만난 이에게 던질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쥐어줄 수도 있다. 때로는 종교적이거나 신화적인 형태를 띠기도 한다. 어떤 이에게는 가볍게 여겨질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겐 살아가기 위한 절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믿음이 놓인 자리는 과연 낙원일까? 아니면 불확실성 속에서 간신히 유지되는 생존의 구조일까? 어쩌면, 그런 질문조차 필요 없는 상태야말로 진정한 ‘믿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실체 없는 믿음과 그 실체를 만들어내려는 시도 사이를 오간다. 이번 《범과 추》는 ‘범(範)’이라는 이상적 형상과 그 형상을 좇으면서도 동시에 밀어내는 ‘추(追)’의 불완전한 무게를 다룬다. 전시는 의심, 허상, 그리고 믿음의 행위가 지닌 불투명한 가능성의 다양한 양상을 드러내고자 한다. 믿음은 무력하지도, 무가치하지도 않다. 두려움, 나약함, 고통, 고민 그 모든 것을 지나 믿음은 끝내 불확실함 속에 남겨진다. 우리는 이 각각의 세계를 받아들이고 감수하는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다. 그것은 희망의 통상적인 기능일 수도 있고, 약속이 결여된 희망, 혹은 잃어버린 희망일 수도 있다. 《범과 추》는 이 불완전한 믿음의 구조를 따라간다. 받아들이고 감내하며, 다시 의심하게 될지도 모를 믿음의 형상들 속에서 우리는 믿음이란 무엇인지 되묻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