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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샘 개인전: NOWON
2025-07-30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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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ON》 김한샘 개인전 "

🔉  TIP

운영시간
📍 장소 : 디스위켄드룸
⏰ 수~토: 12:00~19:00
❗ 휴무: 일, 월, 화 

콘텐츠
✅ NOWON
김한샘 개인전

글 이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아무리 싸워도 승리할 수 없는 부조리한 삶의 반복. 더 이상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시지프스의 형벌 같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과거에 스몄던 가능했던 미래들을 추억한다. 김한샘의 개인전 《NOWON》은 ‘승리’로 대변되었던 우리의 과거로부터 시간을 퍼 올리며 미래를 향해 선 작가의 현재를 보여준다.
김한샘의 작품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현실과 가상, 삶과 죽음, 숭고와 키치와 같이 서로 대립되는 차원들이 하나의 평면 위에 동시에 존재하며 충돌하고, 결국에는 교집합을 이룬다. 그는 오늘날의 디지털 이미지 환경뿐 아니라, 만화와 게임, 캐릭터 굿즈 등 다채로운 서브컬처의 레퍼런스를 능동적으로 소화하면서도, 이를 단순히 차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개 이상의 장르나 매체를 충돌시키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과 이접의 에너지를 통해 현실의 시공과 내면의 감정을 함께 드러내고자 해왔다. 체화된 시각 이미지들은 작가의 손에서 회화와 오브제, 게임 문법 등으로 전환되며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감각적 세계관을 만들어 왔다. 특히 서양의 종교적 도상이나 오컬트, 신성 마법 같은 상징적 미술 언어를 사용하며 판타지 이미지를 미술의 언어와 혼합하는 방식을 택해온 그다. 최근의 작업들은 예술의 범주 안에서 게임적 서사를 성립시키는 독특한 형식 실험으로 이어져 디지털 이미지와 그것을 둘러싼 액자 구조에 집중하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유물론적 회화에 대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전시명과 동명의 게임인 에서 파생된 오브제 시리즈를 선보인다. 오 홀리 나이트(O HOLY NIGHT), 붉은 악마(RED DEVIL), 포디움(Podium), 스피드 런(SPEED RUN) 등 기억의 조각처럼 제시된 다양한 캐릭터의 전투 모습은 마치 어린 시절 가상 세계 속에서 분투하던 작가 자신을 다시 소환시킨 것처럼 보인다. 그의 오브제 작업은 디지털로 설계되지만, 손으로 다시 빚어진다. 깔끔한 렌더링을 포기하고, 풍화와 웨더링(Weathering) 작업을 통해 불완전한 ‘시간의 흔적’을 기록하려는 집요한 태도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그려왔던 익숙한 디지털 이미지를 종이에 출력해 보며 너무 얇아진 이미지를 더 보강할 수 있는 강력한 프레임을 만들고자 했다. 이는 단순히 물성의 문제를 넘어 자기 자신을 설득하고 위로하기 위한 행위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어두운 지하 전시장에는 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 영상과 몇몇 짧은 조작 가능한 비디오 영상이 놓인다. 전시 제목 ‘NOWON’은 서울의 실제 지역인 ‘노원’과 영어 구절 “No One Wins”의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무한히 반복되는 게임 플레이 속에서 누구도 진정한 ‘승자’가 되지 못하는 존재론적 상태를 암시하는 제목이다. 영웅이 고대 유물을 얻기 위해 미궁 속으로 떠나는 모험을 그리고 있는 이 게임에서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선택적 상호작용을 통해 전체 서사를 엮어간다. 여기서 관람자는 단순한 수동적 감상이 아니라 능동적인 플레이로 이야기의 흐름을 상상의 시간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단선적 서사와 전형적 역할의 구조를 붕괴시키며 관람자는 외부에서 서사를 ‘관람’하는 존재가 아니라, 개입 가능한 플레이어로 작품 내 ‘구조’에 편입될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관객은 작은 CRT 모니터와 연결된 컨트롤러를 통해 짧은 밈 영상의 일부를 스스로 플레이할 수 있다. 철학자 이언 보고스트(Ian Bogost)가 제안한 ‘절차적 수사학(procedural rhetoric)’의 맥락에서 보면 이는 관객의 물리적 행위를 통해 감각적 체험과 의미 생산을 유도하는 미디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김한샘의 게임은 미디어 형식과 물질적 조형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디지털 세대의 감정 구조와 문화적 기억을 고고학적으로 되짚어 볼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게임을 주제로 한 것이 아니라, 서브컬처에 내재한 미학적·존재론적 자원을 동시대 예술로 재배열하려는 작가의 실천적 시도를 전시의 최전선에 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한샘은 서브컬처 콘텐츠를 단순한 오마주나 유희로 소비하지 않고, 이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번역 가능하게 재구성한다. 세대를 규정짓는 감정 구조와 문화 코드, 특히 ‘중독적 승리’, ‘실패의 반복’, ‘어린 시절의 향수’ 같은 정서적 기억을 픽셀화된 형상 안에 배치함으로써, 마크 피셔(Mark Fisher)가 말한 “지금-여기의 우울함에 스며든 과거의 유령들”을 호출하는 것이다. 게임이라는 장르가 지닌 상업성과 감정적 공감 모두를 끌어안으며, 동시에 이를 조형 언어로 환원하는 그의 작업은 고전 게임 미학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자기 삶의 기억, 손으로 만든 시간, 그리고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변증법적 운동이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어쩌면 처음으로 용감하게 과거의 유령들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현되지 못한 과거의 미래들, 혹은 미래가 될 수도 있었던 과거의 상상들이 유령처럼 그의 작품에 떠도는 것이다. 2000년 이후의 문화는 시간적 차별성이 희미해져 과거의 이미지와 스타일을 재활용하거나 복고적 정서에 의존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레트로나 고전의 유행이 아닌,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지배하에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과 연결된다. 더 이상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김한샘의 작품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8비트 게임이나 픽셀화 등은 사실 상실된 미래에 대한 애도이자 우울의 징후일 수 있다. 노스탤지어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감정 상태에 대한 상실감을 환기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승리의 성취감은 있으나 죽고 살아나는 허무한 승리의 반복적 게임 서사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승리만을 쫓는 지루함에 맞서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작가 김한샘과 마주하게 된다. 지금, 여기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 하나의 미디어 우화로 다시 살아나 또 다른 승리와 맞서 싸우는 오늘의 시간을 묵묵히 공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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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42길 30 (한남동 789-9), 1층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T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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