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시간
📍 장소 : 피비갤러리
⏰ 화~토: 11:00~18:00
❗ 휴무: 일, 월
콘텐츠
✅ 도시와 사람들
(City and People)
서용선 개인전
피비갤러리는 8월 7일부터 9월 13일까지 서용선의 개인전 〈도시와 사람들〉을 개최한다. 지난 40여년간 한국 전쟁, 근현대사, 도시와 사람들, 풍경과 자화상 등 여러 갈래의 주제를 독창적인 화법으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는 서용선(b.1951)에게 ‘도시와 사람’은 오랜 시간 그리기의 대상이 되어왔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변화되는 시간과 과정 그리고 베를린, 베이징, 뉴욕, 멜버른 등 세계 여러 도시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관찰하고 그리기로 담으며 작가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고, 또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을까?
사람에 대한 관심,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은 여러 도시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하며 오랜 세월 작가의 여정을 이끌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주로 개발과 변화의 중심지였던 서울과 서울을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을 기록하듯 그렸던 작가는 이후 여러 나라의 도시들을 거치며 작업을 이어오다가 1992년 처음 뉴욕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이 용광로처럼 서로 섞이며 살아가는 뉴욕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현재까지 여러 연작을 발표해 오고 있다. 도시를 단순히 회화의 배경이 되는 소재로 보지 않는 작가는 인간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역사와 문화가 서로 다른 도시에서 자신이 직접 일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일상의 반복을 통해 몸으로 이해하고 인식함으로써 체화되는 도시는 하나의 인식의 풍경으로,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개별이면서 전체를 대변하는 하나의 표상으로 자리한다. 흥미로운 점은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러한 행위의 반복과 일상의 경험으로 도시와 그 속의 사람들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기록 문헌을 찾고 실제 현장을 방문하고 역사의 사건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역사화를 그리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뉴욕의 지하철, 베를린의 거리, 베이징의 버스 안에서 만난 현실 속 도시인의 삶, 타인에 대한 궁금증, 거대한 도시의 흐름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현실과 현장이 작가의 화면속에서 사실적인 재현의 옷을 입으며 장면과 기록으로 존재하지만 결국 작가의 주관적인 인식의 결과물로, 하나의 해석과 상징으로 자리한다.
얼굴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앞으로 숙인 몸 〈Ⓝ, 2024, 2025〉,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을 보는 인물 〈Ⓝ5, 2023–2025〉, 건조한 대화가 오가는 듯한 사람들 〈지하철 대화, 2024, 2025〉 등 거칠고 단순한 선으로 그려지는 서용선의 인물은 작가의 전형적인 인물상을 보여준다. 크게 뜬 눈, 굳은 코와 솟아오른 광대, 붉은 색으로 채워지는 얼굴은 인종과 성별, 배경이 다른 개별로서의 특징이나 상황의 설명에서 떠나 하나의 상징으로 보여지는 듯하다. 마치 우리 전통 탈(마스크)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의 특징적인 얼굴은 작가 자신을 그린 자화상과 비교할 때 더 명확해지는데, 정면을 응시하는 무표정한 얼굴과 몇 개의 굵은 선으로 드러나는 감정 그리고 강렬한 색으로 채워지고 그려지는 상황 속에서 개별 인물이 누구인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역사이자 삶의 풍경인 얼굴, 우리 시대의 얼굴이고 집단의 표상이자 상징으로서의 얼굴로 대변된다.
이번 피비갤러리 전시에서는 최근 작가가 뉴욕을 오가며 그린 뉴욕의 지하철과 거리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작가의 자화상으로 구성하였다.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도시 속 인물들의 모습은 오늘을 사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탐구 그리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도시에 대한 작가의 경험과 이해의 시선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의 얼굴이자 시대의 초상 그리고 역사의 기록으로서 하나의 인간상으로 집약되는 서용선의 회화, ‘도시와 사람’을 통해 오랜 시간 이어온 작가의 사람에 대한 관심과 탐구를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