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시간
📍 장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
⏰ 화-토 : 10:00-18:00
❗ 휴무 : 일,월
콘텐츠
✅ 변연미의 캔버스에서 나무는 선이 되고, 잎은 입자가 되며, 가지는 겹겹의 흔적이 되곤 했다. 숲은 이렇게나 먼저 감각으로 다가온다. 음영으로 층을 이루었다가 금세 다시 열리는 장면은 풍경 자체를 살갗으로 마주하게 한다. 어느 순간 형체를 불러들이고야 마는 빛은, 모르는 사이에 나무 몇 그루를 넘어 화면 전체를 지배하기에 이른다. 사실 화면 너머에는 작가가 숲을 달리 보게 된 오랜 계기가 놓여 있다. 작가가 지난 20여 년간 지속해 온 숲의 탐구는 자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안식의 표상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1999년 프랑스를 거세게 강타했던 세기의 태풍 이후, 무참히 꺾이고 쓰러진 나무는 이전과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이를 겪은 작가에게 자연은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척도 밖에서 작동하는 힘, 나아가 익숙한 세계의 질서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체계로 다가왔다.
동시에, 시간이 흐르자 숲은 다시 스스로를 되찾았다. 쓰러진 자리에 새잎이 돋으며 이전과 비슷하고도 다른 질서가 회복되었다. 변연미는 이러한 순환의 흐름을 붙들어 생장의 충만함과 붕괴 이후의 시간을 한 화면에 겹쳐두었다. 그렇기에 그의 숲 작업을 그저 재현적 풍경화로만 읽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장면은 분명히 채집되고 포착되지만, 작가는 다시 그 기록을 돌아보며 화면의 구도를 조정하고 보완해 나간다. 이로써 도달하게 되는 곳은 외부 세계의 충실한 복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숲이 숲으로 감각되게 하는 응집성, 그리고 그 안으로 시선을 끌어들이는 작동 원리가 현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