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시간
📍 장소 : 서울 강남구 언주로153길 10-6 지하 1층
⏰화-일 : 11:00-19:00
❗ 휴무 : 월요일
콘텐츠
✅ 〈스코틀랜드의 사자_진보의 의례〉는 국가와 신화, 진보와 권위가 어떻게 이미지와 반복 속에서 유지되는가를 탐색하는 전시이다. 전시는 스코틀랜드의 사자 문장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특정 국가의 역사나 민족주의를 재현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실체보다 상징을 먼저 믿고, 그 믿음을 중심으로 거대한 체계를 만들어 내는 과정 자체에 주목한다.
전시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맥거핀(MacGuffin)’이다. 맥거핀은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사용한 개념으로, 극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인물들을 움직이게 만들지만 정작 그것 자체의 실체나 의미는 중요하지 않은 장치를 뜻한다. 히치콕은 이를 “스코틀랜드에서 사자를 사냥할 때 사용하는 도구”라는 농담과 함께 설명했는데, 사실 스코틀랜드에는 사자가 존재하지 않았고 그런 도구 역시 실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존재를 전제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대상인 셈이다. 존재하지 않는 사자와 사냥 도구, 그러나 그것을 둘러싸고 계속 생성되는 이야기와 상징들. 인간은 종종 실체가 불분명한 대상을 중심으로 믿음과 질서를 만들어 낸다. 국가와 역사, 진보와 문명 역시 그러한 구조 속에서 작동할 수 있다.
유럽 중세의 문장 속 사자들 역시 실제 동물을 관찰한 재현이라기보다 전해 들은 이야기와 상징을 바탕으로 반복 생산된 기호에 가까웠다. 실제 사자를 본 적 없는 이들이 그려낸 사자들은 때로 우스꽝스럽고 과장되어 있으며 해부학적으로도 기묘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이미지들이 왕권과 충성, 폭력과 권위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전시는 이 어딘가 어설프고 기괴한 상징의 감각에 주목한다.
전시장 안의 신화적 형상들 역시 고대 종교의 복원이라기보다 현대적으로 재조립된 이미지들에 가깝다. 전쟁과 질서, 광기와 권위 같은 오래된 개념들은 디지털 그래픽과 프로파간다적 색채, 미래적 분위기와 결합하며 일종의 현대적 우상처럼 등장한다. 그러나 그 공간은 성스럽기보다 인공적인 컬트 집회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례에 가까운 분위기를 띤다. 반복되는 상징과 과장된 이미지들은 거대한 의미를 암시하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공허하고 우스꽝스러운 감각을 남긴다.
전시의 부제인 “진보의 의례”는 이러한 반복의 구조를 가리킨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발전과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특정한 이미지와 분위기, 집단적 감각을 반복 소비하며 스스로를 유지한다. 〈스코틀랜드의 사자_진보의 의례〉는 이러한 구조를 비판하거나 해체하기보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불안과 기이한 매혹 자체를 하나의 풍경처럼 드러낸다.
이 전시는 거대한 진실을 제시하기보다 인간이 왜 반복적으로 상징과 허구를 필요로 하는지를 질문한다. 존재하지 않는 사자를 둘러싼 문장과 전설처럼, 현대 사회 역시 실체보다 이미지와 분위기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시는 그 모호한 감각을 신화와 그래픽, 권위와 우스꽝스러움이 뒤섞인 하나의 의례적 공간으로 펼쳐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