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시간
📍 장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
⏰매일 : 10:00-19:00
콘텐츠
✅ 오랜 시간 셔터를 누르며 세상을 프레임 안에 가두어 왔지만, 정작 제 시선이 멈춘 곳은 선명한 피사체가 아니었습니다. 렌즈로 포착하기 힘든 인물 사이의 공기, 혹은 무심한 뒷모습에 맺힌 미묘한 떨림 같은 것들이었죠. 우리는 대상을 똑똑히 응시할 때 그것을 안다고 믿지만, 진실은 오히려 형체가 흐릿해지는 찰나에 더 육중하게 다가오곤 합니다.
이번 작업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마음의 밀도’를 감각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사진 속 인물들은 등을 돌리고 있거나 시선을 화면 밖 먼 곳에 둡니다. 그들은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이라기보다, 공간에 고인 정적이나 벽면에 스며든 빛과 같은 무게로 존재합니다. 저는 서로를 온전히 향하지 못한 시선들 사이의 막막하고도 서글픈 간극을 평면 위에 가만히 붙잡아두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이 흐릿한 초점을 보며 생경함을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닙니다.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는 순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의 결들은 너무 쉽게 박제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단어로 정의하기 이전의 상태, 즉 입안에서만 맴도는 말들이나 차마 뱉지 못하고 깊게 들이킨 숨 같은 '불완전한 순간'의 정서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 작업이 관계의 단절을 차갑게 고발하는 것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우리는 늘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각자의 섬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외로운 섬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야말로 우리 세계의 가장 진솔한 초상임을 담담히 응시하고 싶었습니다.
전시장을 거닐며 스스로에게 물어봐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당신이 마주하는 세계는 정말 선명한가요? 아니면 혹시, 아직 말로 다 하지 못한 축축한 감정의 층위 속에 겹겹이 쌓여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