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시간
📍 장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15-1 블루원 갤러리
⏰ 월-토 : 11:00-17:00
❗ 휴무 : 일요일
콘텐츠
✅ 도시에서 마주치는 자연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 장면을 통과해 흘러간 시간과 공기를 함께 담고 싶었다. 이 화면은 내가 본 어느 특정한 장소의 기록이라기보다는, 도시 속 자연을 내가 체험한 방식, 즉 "흐름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회화적 사유이다. 작업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선명한 윤곽을 피하고, 덧칠과 번짐, 드리핑을 반복했다. 한 번에 형상을 읽기보다 여러 겹의 자국을 따라가며 천천히 풍경을 해독하게 되기를 바랐다. 우리의 눈앞에 보이는 '지금'이라는 순간이 사실은 수많은 날씨와 기억이 겹쳐 형성된 두꺼운 현재라는 감각을 화면 위에서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수직으로 늘어선 구조는 날마다 지나치는 도시의 가로수들에서 출발했다. 이 수직의 리듬은 어절 수 없이 인공적이고 도시적이다. 그러나 그 위에 흐림과 번짐을 반복해서 개입시키는 행위를 통해, 계획된 질서 속에 다시 자연의 호흡을 들여보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나무들은 단단한 기둥이 아니라, 공기 속에서 끊임없이 형태를 잃고 다시 얻는 가변적인 존재로 변해간다. 공기는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물감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든 지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움직임을 기록하고자 했다. 수직의 드리핑은 중력과 습도, 수평의 번짐은 바람의 방향을 암시한다. 터치는 물체의 윤곽을 그리는 도구라기보다, 공기와 기후를 드로잉하는 방식이다. 나무와 하늘, 땅은 그 속에서 잠시 응고된 것에 불과한, 비물질적인 몸체들이다.색채를 선택할 때도 개별 사물의 고유색보다, 빛과 날씨의 상태를 우선시하였다. 열은 블루에서 깊은 블루로, 청록과 연녹, 노란빛이 스며든 그린으로 이어지는 층위는 하루 중 시간대의 변화이자, 비가 오고, 개이고, 다시 안개가 내려않는 도시의 하늘을 향한 기억이다. 이 색채들은 물체를 칠하는 색이라기보다, 공기 중에 떠 있는 분위기와 정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기후적 색이다. 도시에 살면서 자연은 종종 배경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그 배경으로 밀려난 나무와 하늘이 사실은 우리와 함께 시간을 축적하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하고 싶다. 규칙적인 수직의 나무와 그 위를 덮는 흐림과 중첩의 행위는, 도시의 단단한 질서 속에서도 여전히 예측할 수 없이 변주되는 자연의 리듬을 드러내려는 시도이다. 도시 속 자연을 색채와 터치의 겹침을 통해 시간과 공기의 흐름을 가시화함으로써, 함께 이 풍경의 호흡을 느끼고, 도시적 감각 속에서 희미해진 자연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또렷이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