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시간
📍 장소 : 서울 종로구 경교장길 35 상가동 3155-6호
⏰ 월-토 : 11:30-18:00
❗ 휴무 : 일
콘텐츠
✅ 실제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 전시는 하나의 개념어보다는 하나의 ‘한 상 차림’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다채로운 반찬과 국, 밥이 놓인 식탁처럼, 공간에는 여러 시기와 결을 가진 작업들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이 상차림에는 분명 요리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관람자는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다만 식탁 위에 놓인 것들을 통해 그가 어떤 시간을 통과해 왔는지, 무엇을 소화하려 했는지를 더듬어갈 수 있을 뿐이다. 이 무명의 요리사가 품고 있는 것은 과거의 흔적들을 어떻게든 잘 소화해 보려는 한 사람의 희망이다.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는지”, “온기 가득한 밥상에서 나누는 대화를 여전히 바라고 있는지”, 혹은 그러한 바람이 상처에 대한 방어기제로 변주된 것인지, 명확히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요리사가 차려낸 상차림 곳곳에 ‘온기 가득한 안부’와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배어 있다는 점이다. 그 온기는 단지 음식의 따뜻함만이 아니라, 혼자서 견뎌온 시간들에 대한 위로이자, 타자와 나누고 싶은 정서적 체온에 가깝다.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열무와 배추는 단순한 소재를 넘어선다. 그것은 예술이냐 아니냐, 조형이냐 조각이냐, 장르가 무엇이냐와 같은 전통적인 구분을 무력화시키는 지점에서 더 선명해진다. 이 재료들은 “나는 예술가다”라고 선언하기보다, “나는 지금 여기서 나의 실존을 다룬다”라고 말하는 쪽에 가깝다. 심미성은 차가운 형식미가 아니라, 삶의 체온과 맞닿은 ‘심미성의 온기’로 제시된다. 이 전시의 가장 큰 성취는 바로 그 온기를 관람자가 실제로 감지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
여기서 상차림의 비유는 다시 한 번 유효해진다. 관람자는 이 작품들을 마주하며 인스턴트 음식의 강렬하고 즉각적인 자극이 아니라, 재료 그 자체의 원맛에 가까운 감각을 경험한다. 인스턴트는 설탕과 조미료로 쉽게 기억에 남지만, 원재료의 맛은 때로 담백하고, 어떤 이에게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요리사는 재료의 원맛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황인선 작가 역시 자기 작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를 스스로 찾고, 맛보고, 때로는 좌절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작업은 누군가의 입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맛’이 된다. 이 전시는 그러한 ‘근간을 찾아가는 과정’이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난 현장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