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시간
📍 장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38길 45 1F
⏰ 화-일 : 11:00-17:00
❗ 휴무 : 월요일
콘텐츠
✅<모서리의 떨림> 은 일상의 극히 미세한 순간 속에서 불현듯 드러나는 정체성의 균열로부터 출발한다. 그것은 명확한 사건이나 서사로 포착되기보다는, 감각적으로만 인지되는 ‘구멍’ 혹은 ‘빈 공간’의 형태로 다가온다. 이 보이지 않는 공간은 언어로 규정되기를 거부한 채 점차 희미해지며, 인간이 원초적으로 품고 있었으나 이미 상실해버린 어떤 흔적으로 남는다. 이때의 정체성은 사회적 위치나 설명 가능한 개념이 아니라, ‘여기 있음’, ‘숨 쉬고 있음’이라는 존재의 최소 단위로 감각된다.
영해 작가는 이러한 감각을 구멍, 빈 곳, 얼룩, 유령과 같은 단서로 호명하며, 그것을 자신의 몸 안쪽, 즉 명확히 인식할 수 없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떨림과 흔들림으로 인식한다. 이는 이성이나 언어가 닿지 못하는 차원에서 일어나는 신체적이자 존재론적인 반응이며, 캔버스는 그 진동이 남긴 흔적을 받아들이는 장소가 된다.
작가는 이 감각이 발생하는 지점을 ‘모서리’라 부른다. 모서리는 구멍과 닮은 내밀한 장소이자, 안과 밖, 채움과 비움, 인식과 비인식이 맞닿는 경계의 틈이다. 떨림은 바로 이 모서리에서 발생하며, 작가는 회화적 행위를 통해 그 순간을 포착하고자 한다. 어깨에서 손끝으로 이어지는 원초적인 신체의 움직임은 화면 위에 직접적인 자국으로 남고, 이는 상실된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시도이자 존재의 안쪽을 더듬는 행위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는 명명되지 않은 빈 공간을 응시하게 하며,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정체성의 균열과 마주하도록 이끈다. 사라진 것을 복원하기보다는, 여전히 떨리고 있는 모서리 위에 잠시 머무르며 존재의 감각을 다시 호흡하게 하는 경험을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