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시간
📍 장소 : 서울 중구 서애로 33 티앤에스빌딩 5층
⏰ 목-토 13:00-18:00
콘텐츠
✅ 《느리게 말하기》
김연임 , 크리스 로
‘느리게 말하기’는 타자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행위다. 입을 열기 전의 멈춤, 말이 전해지는 순간의 숨, 그리고 상대가 곱씹을 수 있는 여백을 포함한 이 과정 속에서 관계는 더욱 진득하게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두 작가, 크리스 로와 김연임은 서로 다른 매체와 언어를 통해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크리스 로는 시각적으로 포착되지 않는 개념들, 예컨대 웃음, 침묵, 소리, 유머, 도둑질과 같은 행위들에 관심을 갖고, 이를 면과 선, 색채, 움직임으로 번역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강렬한 색채는 화면 위에서 재치 있게 반짝이며, 예상치 못한 순간 튀어나오는 유머 같은 느낌을 준다. 겹겹이 쌓인 색과 질감의 레이어는 공간성을 만들어내고, 꾸물대는 면들은 한 장의 막을 걷어내면 줄줄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처럼 포개어져 있다. 그의 작업은 천천히 말을 걸어오되, 그 속에는 위트와 예기치 않은 리듬, 미묘한 긴장이 공존한다. 김연임은 상담과 코칭,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을 넘어 깊이 몰입하는 ‘듣기’를 실천한다. 말에 스며든 감정과 상태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경험은 강력한 집중을 요구한다. 이런 과정은 때때로 소모적이며,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김연임에게 작업은 바로 그 정리의 시간이자, 자신을 되찾기 위한 의례와 같은 행위다. 그는 한지, 섬유, 실, 흙과 같은 재료로 여백과 매듭, 질감을 만들어내며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을 표현한다.




